2.2. 문서 증거


일련의 문서 증거 (paper trails) 에서 더 많은 정보를 구축할 수 있다. 아이들 경주놀이 중에 술래가 시골길에 종이 조각을 뿌리고 다니면 다른 아이들이 종이 조각들을 쫓아 최대한 빨리 술래를 잡는 놀이가 있다. ‘문서 증거’라는 말도 거기서 따온 은유다. 문서 추적은 탐사보도에서도 같은 식으로 이뤄진다. 기자의 가설을 뒷받침할 서류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에 접근할 전략을 세우라. 이 과정에서 하나의 문서가 또 다른 관련 문서로 이끈다. 그러면 다시 그 관련 문서를 따라서 취재 결과들을 연결하면 된다.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첫번째 서류에 있는 모든 정보를 적어 두라. 내전이 극심한 지역의 채광 회사 보안 책임자였던 인물의 이력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이력서에 개인적인 경력 단절까지 기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기본적인 수리 능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다양한 일자리에서 근무한 연도 수와 취업 기록에 나오는 총 근무년수를 더해봐서 기록되지 않은 기간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인물이 갑자기 특정 직책에서 사라진 건 아닌지 시사하는 경력이 발견될 수도 있다. 그러면 직장 기록에 대한 더 많은 문서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인사팀이 특정 인물의 사기·절도 행위에 대해 고소·고발한 기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기록을 추적하면 경찰, 법원 또는 수감 기록을 찾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문서 하나가 다른 관련 문서로 통하고, 기자는 보강 증거 (confirmatory evidence) 를 얻게 되는 것이다.

관련성이 있는 문서와 관련성이 없는 문서를 식별하고 나면 특정 인물의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취재 대상의 처지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를 그려보라. 무엇을 했을까? 옵션 A를 선택할 때와 옵션 B를 선택했을 때 어떤 차이가 생길까? 이런 시도는 헛수고를 줄여준다. 누군가 대통령 고문으로 임명됐는데 해외에서 5년을 보내고 온 직후라고 치자. 그러면 그 사람의 이력을 대통령 사무실에서 찾아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세부 사항이 별로 없는 간단한 단기 계약을 토대로 비공개 지명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사람이 머물렀던 곳이라든지 해외 정보를 찾거나 국경 간 이동 내역을 추적하는 게 더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사적인 문서를 확보하려면 독창적인 취재원을 구축해야 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문서 증거는 공공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저널리스트들은 도서관과 기록 보관소(archive) 를 이용하는 게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알파벳 순으로 색인을 달아놓기 때문에 사람 이름으로 검색하면 된다. 그러나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전산 기록을 이용하면 이름만 입력해도 관련된 검색 결과가 뜬다 – 물론 관련성이 떨어지는 검색 결과도 많이 나온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공공 기록은 먼지투성이 방에 실물문서로 쌓여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문서 보관실 출입을 통제하는 인물 (gatekeeper) 과 담판 지어서 문서 색인 방법 및 색인 사용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

출생증명서, 운전면허증 같은 공문서를 뒤지는 게 가장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온라인 뉴스 DB도 인물 검색에 유용하다. 지역신문들은 온라인에서도 대부분 볼 수 있다. 지역신문을 무시하면 안 된다. 모든 신문사는 자체 웹 사이트를 운영한다. 또 개인들은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 계정을 갖고 있다. 요주의 인물 (person of interest) 이 실명을 사용한다면 뉴스 검색을 통해 그가 연루된 소송사건부터 대학기구 출석 여부 같은 별의별 정보까지 다 얻을 수 있다. 또 뉴스는 엄청난 양의 인물, 문서 정보를 담고 있다. 지역 건물 세부 정보(은행, 회사, 관공서 등), 유료 법적고지(유언장, 개명, 혼인, 장례, 압류, 경매, 입찰, 압류·휴면자산 등) 그리고 체포와 유죄 판결 등이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이 기자가 맞추고자 하는 퍼즐의 조각을 제공한다.

요약하자면 문서는 다음과 같이 추적할 수 있다.

  • > 필요한 문서가 모일 때까지 웹을 검색하고 기록 보관소를 찾아가라. 또 취재원을 설득하라.
  • > 데이터 매핑 기술을 사용하라. 찾아낸 문서를 매핑하고 빠진 정보가 뭔지, 모순이나 불일치는 없는지 살피라.
  • > 빠진 정보를 채우거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문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런 문서를 조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