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스핀닥터


정치·홍보 분야 등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공식 대변인과 로비스트를 일컬어 ‘스핀닥터’ (spin doctor) 라고 한다. 이들은 특정 사안들에 대해 고용주의 논리를 개발하고 가장 유리한 해석(spin)을 내놓는다. 그 대가로 돈을 번다. 그런데 스핀닥터를 알아채는 게 쉽지만은 않다. 정부부처 장관의 언론담당관이 한 명이라는 건 명백하다. 그런데 특정 정당이나 주장을 홍보하는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 언론인이 있다면? 비밀리에 일하는 공무원이나 홍보회사 직원이 은밀히 언론에 넘겨준 기사 패키지는 어떤가? 또는 홍보회사에서 돈을 받는 대가로 특정 제품을 선전해주는 ‘전문가’는? 검증되지 않은 웹사이트에 익명으로 공급되는 자료들은? 이렇게 기존 틀에서 벗어난 ‘스핀닥터’들이 크고 작은 명분을 홍보하기 위해 활개친다. 예를 들어보겠다. 미국 연방정부는 걸프전 당시 홍보회사를 통해 걸프전의 대외 이미지를 ‘관리’한 바 있다. 당시 그 회사 CEO (John W. Rendon) 는 당당하게 자신을 ‘정보 전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가짜 뉴스 (fake news) 보다는 공식적인 스핀닥터를 상대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당신은 장관 대변인이 문제는 회피하고, 업적은 부풀리는 일을 통해 돈을 버는 직업임을 알고 있다. 가장 미숙한 담당자가 아닌 이상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의 조사만 하면 거짓말은 쉽게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철저한 예비조사에 훌륭한 인터뷰 기술까지 갖춰야 한다. 그래야 스핀닥터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대중을 호도하는 지점을 흔들 수 있다. 기억하라. 대변인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바로 당신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공식적인 대변인뿐이 아니다. 정부는 (상당수 대기업도) 정보기관을 갖고 있다. 이 기관들은 윗선의 목적, 때로는 자체적인 목적을 은밀하게 추진하려 한다. 미국 정부가 언론에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 (WMD) 를 보유하고 있다’는 기사를 뿌리려고 활용한 게 바로 중앙정보국(CIA)이다. 훗날 밝혀졌지만,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다.

‘기사 공작’ (planting stories) 은 정보기관의 일상 업무다. 이들은 미디어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부서를 운영한다. 정보기관은 수사관들이 알고 있는 것을 파악하려고 저널리스트들을 염탐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들을 채용하려는 시도까지 한다(그런 시도가 성공할 때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정보기관이 저널리스트들에게 (때로 굉장해 보이는) 정보를 제공한다. 당신에게 주는 ‘그 정보’를 왜곡·조작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래서 여론을 유리한 쪽으로 왜곡하려는 것이다. 누군가 너무 적극적으로 당신을 도우려고 하는가? 또 중요한 영상과 서류까지 넘겨주는가? 바로 그럴 때 아주, 아주 조심해야 한다. 그들의 동기가 그럴 듯하게 들리더라도 주의해야 한다.

아프리카탐사보도기자협회 (African Investigative Reporters Network) 포럼을 창설한 에블린 그뢰인크 (Evelyn Groenink) 기자는 198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아프리카민족회의(African National Congress) 의장 덜시 셉탬버 (Dulcie September) 피살 사건을 탐사취재했다. 이 사건 당시 프랑스 정보기관들은 외국인 살인범들을 ‘지목하는’ 거짓 기사 여러 건을 신문에 뿌렸다. 자신들의 모종의 역할을 덮기 위해서였다. 그뢰인크 기자는 ‘사기 당한 사업가’라는 인물에게서 프랑스 무기상과 나눈 ‘300시간 분량 대화 녹취 테이프’를 받기로 약속한 적이 있다. ‘사기를 당한 뒤에는 복수하라’는 말처럼 그 제보자는 언론사를 찾을 만한 합당한 동기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기 당한 사업가’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엄청난 양의 돈과 시간, 감시 기회, 비행기표, 연락망에 관해 그뢰인크 기자가 캐묻기 시작하자, 취재원은 돌연 사라졌다. 그뢰인크 기자는 그가 영국 런던으로 사라졌고, 영국 정부나 군수산업계에서 일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험에 근거한 법칙에 따르면, 스스로 취재원을 찾아내는 게 반대의 경우보다 늘 낫다. 익명의 제보자 (deep throat) 가 꼭 음침한 골목에서 접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또 누구한테도 접선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요구하는가? ‘그들이 나를 쫓아올지도 모른다’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그럴 땐 그 익명의 제보자가 바로 ‘그들’ 중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중요한 기사를 다룰 때, 말하기를 망설이는 제보자를 자주 접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말하는 걸 기록하지도 말아야 하고, 이름을 밝히기도 거부한다고 요구한다. 그럼에도 당신은 어떡해서든 그 제보자가 누군지 알아낼 필요가 있다. 제보자에 대한 배경 정보가 없다면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정보를 말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도 없다. 가장 위험한 취재원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원미상의 목소리다. 비록 익명의 제보자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촉발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