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뛰어난 탐사보도 기자가 되기 위한 조건

3. 뛰어난 탐사보도 기자가 되기 위한 조건


열정 (Passion)

탐사보도 기자인 에블린 그로에닉 (Evelyn Groenink) 은 열정을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한다. “탐사보도는 긴 시간과 에너지가 투입되지만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돌아오는 것은 편집장의 재촉과 윗선의 불편한 심기일 때가 많다. 안정적 월급에 승진이 보장된 일을 원한다면, 관리직과 그에 맞는 보수를 원한다면 또는 상류층의 고급스러운 만찬과 파티에 초대받기를 원한다면, 탐사보도는 답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도전을 즐기고 진실과 정의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든 권력으로부터 미움을 받더라도 독자와 시청자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다면 무조건 탐사보도에 도전하라.”

호기심 (Curiosity)

탐사보도의 시작은 의구심을 품는 것이다. 뉴스에 보도된 사건, 일상에서 직접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다.

결단력 (Initiative)

대부분의 보도국은 재원이 한정되어 있고 마감(데드라인)에 쫓기기 때문에 회의 중에 나온 아이디어가 곧바로 기사화되지는 않는다. 특히 정보가 부족하고 소재가 모호할 때는 더욱 그렇다. 탐사보도 기자는 주도적으로 사전 조사를 수행하고 구체적인 보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 때에도 보도국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지원을 받을 다른 방법(조사 지원금 등)을 찾아본다.

논리적 사고, 조직력, 자기관리 (Logical thinking, organization and self-discipline)

탐사보도는 준비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법적 분쟁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정보를 검증해야 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사실을 확인 또 확인하여 논리의 허점 없이 정보를 조합하는 집념이 필요하다.

유연성 (Flexibility)

취재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 세웠던 가정이 막다른 길에 봉착하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개연성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이때, 기자는 기존 가설을 고집하는 대신 그 가설을 재검토하고 조사 방향을 조정하는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팀워크와 의사소통 능력 (Team spirit & communication skills)

영화에서 탐사보도 기자는 ‘외로운 늑대 (lone wolf)’ 로 그려지곤 한다. 비밀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성공한 탐사보도는 주로 보도국 내에서,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동원한 모든 인력이 협업한 결과이다.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스포트라이트’팀의 탐사보도가 그 예다. 탐사보도를 추진하다 보면 과학에서부터 의학, 경제학, 사회학까지 방대한 지식이 요구된다. 아무리 폭넓은 지식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기자 한 명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분야별 전문가와의 네트워킹도 팀워크의 일부분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중요한 자질 중 하나로서 팀 전체가 보도의 목적과 팀 구성원간 지켜야 하는 기준(정확도, 진실성, 기밀유지)을 숙지하는데 필요하다.

보도 기술 (Well-developed reporting skills)

반드시 언론학을 전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경험과 훈련을 받은 탐사보도 기자는 효율적으로 취재원을 찾고, 조사 계획을 세우고, 원활히 인터뷰를 진행하고 거짓 대답을 구분해 내며, 최종적으로 정확하고 유익한 정보를 기사화할 수 있다. 탐사보도 기자는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도움이나 조언을 요청하는 겸손함도 갖추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경우 팀원의 전문 기술과 장점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폭넓은 배경지식, 효과적 검색기술 (Broad general knowledge & good research skills)

자신이 취재하는 주제의 맥락을 잘 이해하고 사실관계, 의문점 등을 파악해야 막다른 길에 봉착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는 주제를 취재하는 경우에는 그 주제의 배경, 관례, 용어, 이해관계자 등의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야 한다. 분야 전문가로부터 효과적으로 정보를 얻고, 검색엔진을 활용하고, 관련 서적에서 유용한 정보를 신속히 찾아내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관련 자료를 모조리 읽어 둔다. 약간의 배경지식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

공정성, 엄격한 윤리 (Fairness & strong ethics)

취재를 하다 보면 기자 본인의 신변 (security), 직장은 물론이고 취재원의 생활(생명)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성급한 문제 제기로 취재 대상도 이 같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탐사보도 기자는 엄격하고 신중한 윤리의식을 갖추고 취재원과 취재 대상을 대해야 하고 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탐사보도를 지원하는 보도국도 윤리강령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윤리적 딜레마에 봉착할 경우 어떻게 논의하고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프로세스를 확립해 두어야 한다. 때로는 대중의 신뢰가 가장 효과적인 보호막이 될 때도 있지만  비윤리적 행위로 그러한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신중함 (Discretion)

소문은 절대 좋은 탐사보도 대상이 될 수 없다. 섣부른 언행과 소문은 보도 자체 뿐만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소문이 경쟁자의 귀에까지 들어가면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말을 전하여 계획했던 인터뷰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말이 많으면 보도 기회가 무산될 수 있다.

시민권 (Citizenship)

탐사보도 기자는 종종 ‘매국노 (unpatriotic)’ 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탐사보도 기자는 공공의 이익과 자신이 속한 사회의 발전을 위해 보도를 한다.


이번 장에서는 탐사보도를 정의하고 공익 측면에서 탐사보도의 중요성을 살펴보았다. 기자 입장에서 편집장을 설득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조사 결과물이 얼마나 확실한가에 달려있다. 다음 장에서는 기사의 소재를 찾고 잘못된 정보와 팁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